글
규현이와 같이 이곳에 있으니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게 된다.
주로 잡다한 얘기들이지만 가끔씩은 진지한 얘기들도 하게 된다..
교수님과 화상으로 통화를 하고서 저녁을 먹었다.
통화시간이 길었는지 그 기간동안 저녁준비를 다 해놓아서 바로 차려서 먹었다.
한 주 더 있는것에 대해서 본인은 그리 좋지는 않다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은 그립다고 한다.
그리고 희수가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도..
여기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 박사들 뿐이어서 많이 위축이 된다고 한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것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위축감을 느끼는것도,
하다못해 이곳의 교수나 연구자들에게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까지도..
학업을 계속해야되는건지에 대한 생각도, 회의감도..
어떻게 보면 그런 과정들을 이미 겪어왔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조언을 해 줄 수 있는것 같다.
규현이의 관점에서는 수업을 어떤걸 들었고, 몇과목을 들었고 정도를 얘기할수 있는데
은경이나 광수, 그리고 내가 얘기하는 것들은
연구분야, 앞으로 진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얘기들이어서 위축되고 맘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규현이 입장에서는 이미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면 대부분의 것을 다 가진듯 보이는것 같다.
거기에다 결혼해서 포닥자리를 구해서 살고 있는 광수나 은경이는 규현이나 그 또래의 대학원생들에게 모든것을 다 가진것처럼 비춰진다고 한다.
이해할수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해 줬다.
나 역시 학생 입장이었을때는 학위를 받으면 모든것이 다 이루어지는건줄만 알았다고,
그런데 막상 학위라는것을 취득해보니, 그게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었다고,
다음 포지션에 대한 걱정, 정식 자리를 잡아야 된다는 걱정, 결혼, 육아 등에 대한 걱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학생때가 나아보인다고 얘기했다.
그 위치에 있지 않은 이상, 아마도 그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꺼라고 생각한다.
규현이 역시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이 조금이라도 전달이 된다면
조금은 더 즐겁게 생활할수 있지 않을까..
나와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사교성 부분만 빼고..
어느정도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럴 능력이 된다면 기꺼이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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