謹弔

내가 이지나 박사를 처음 본 건 2002,3년 경이었다.

무슨 워크샵이 있었었고(아마도 우주환경관련 워크샵이 아니었을까) 회식자리에 앉았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얘기하던것이, 자신은 육류를 전혀 못먹는다고 했었다. 몸에서 받지 않는다고..

나이가 같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고..첫인상은 차분하면서도 이쁘신 분이시라는 거였다.


그 후에 천문연에 적을 두고 있을 때, 학생 신분으로 같은 그룹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좀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사이에 결혼을 하셨었고, 아이도 있다는 얘길 들었구.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니 대략 2008년경부터는 확실히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던것 같다.


회식이나 팀웍의 날 등등으로 같이 뭔가를 하기도 했었던 그런 사이였다.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런..

퇴근할 무렵에 아이와 통화를 하던 모습이나 성격이 좋으셔서 누구에게나 얘길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


내가 졸업할 즈음에 포닥을 외국으로 나가려고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었고,

내 기억으로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졸업을 하신 걸로 기억한다.

나 역시 졸업을 하고 연구원을 떠났으니, 그 이후로 이지나 박사를 볼 기회는 없었다.

다만 지나가면서 태양그룹이 아니라 다른 그룹으로 옮겨서 포닥을 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구.


작년즈음에 건강검진을 하다가 위암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고,

치료가 잘 되어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본 메일..

전날 저녁에 소천했다고..

한동안 멍~ 하니 있었다.

아주 가깝게 지낸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나이에, 같이 뭔가를 해 나갔던 사람이기도 했고,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 분인데 암이라는 것도 의아하기도 했고,

이제 한참 뜻을 펼치고 연구해야 될 시기인데 그렇게 된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오후에 학교에서 나와 장례식장으로 갔고, 거기서 연구원에서 오신 분들을 만났다.

네시 반 가까이 되어서 간 것이긴 했지만 사람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너무도 조용한 분위기..

8살이라는 아이는 엄마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지 밝은 목소리로 연구원분들이 앉아계신 곳으로 가서 인사를 하는데,

마음이...아팠다.

영전에 국화를 올리고 절을 드리고, 상주가 된 남편분과도 절을 드렸다.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앉아서 같이 간 사람들과 얘길 조금 더 나누었는데,

한달 정도 전부터 병세가 악화되어 입원해 계셨던듯...


천문연에 적을 둔 이후로, 같은 분야에서 돌아가신 분이 세 명이다.

그 중에 두 명이 현재의 원장님이 속해계시던 부서였으니..마음이 착찹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전의 사진속의 모습은 미소를 띄고 있으시던데..

좋은곳으로 가셨기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BSang 2013. 3. 23.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