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난번 대장님이 뵙자고 하셔서 약속을 잡았다가, 날짜를 미루자고 하셔서
이번주 화요일로 미뤘었었다.
오늘 오전에 연락을 드렸더니, 오늘 보는게 어떠냐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말씀드리고 약속시간을 정하고 사당역으로..
대장님을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근처가게로 가서, 저녁을 먹으며 얘길 나눴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사모님이나 자제분들은 어떠신지 등등을 여쭤봤고,
출장을 가야하는 상황이라든가, 군대에서의 사람들과의 연락, 스님얘기, 현재의 일 등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다.
본인은 별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날 만난걸 보니, 본인이 나쁘게 산 건 아니라고도 하시구 ㅎㅎ
부대의 지휘관이시고, 장교이셨으니, 병사들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으시진 않으셨음...
병사들은 어떤지 몰라도 간부들은 상당히 힘들어했었는데..ㅎㅎ
생각해보니 상대적으로 난 자주 대장님과 접해야만 하는 위치였다.
대장님 방에 손님이 오시거나하면 차를 만들어서 가지고 들어갔었고, 일과 전, 후에 대장님실을 청소하곤 했으니..
봉와직염으로 전투화나 운동화를 신지 못할 때에도, 아토피때문에 손끝이 갈라졌어도 그렇게 했었다.
그것 외에도 환경대학원을 다니신다고 하시면서 원서를 번역하라고 하셔서 했던 일들도 기억나고..
지금도 영어를 못하지만 그때는 완전히 쥐약이어서 번역한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진 않으셨을듯..
흔히들 하는 말로, 제대한 부대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고 말을 하는데,
정말로 그랬다.
한동안은 부산을, 해운대는 특히나 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가게되면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랬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아련한 기억이 되었다.
대장님과 나의 관계도, 간부와 병사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으로 바뀌었으니..
예전만큼 화를 내지도 않으신다고..
오늘도 대장님과 얘길 나누다보니 다, 나, 까로 끝나는 말들을 평소보다 많이 쓰기도했고, 조금은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듯..
제대한 후 13년이라는 시간이,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어 준 듯 싶다.
덕분에 저녁을 잘 얻어먹었고, 미국에 다녀온 후에 다시 연락을 드리고 뵙기로했다.
이것 역시 소중한 인연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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