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사실 산책을 할 때는 보통 편한 복장으로 아무것도 주머니에 넣거나 하지 않고 다녀오는데,

바라보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이 풍경을 어쩌면 앞으로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핸펀을 가지고 나와 찍었다.


해마다 산책을 하면 걸어다니는 길이고, 여유가 되는대로 종종 걷는다.

차를 운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게을러져서 그리 많이 걸어다니는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여유가 되는대로 종종 걷는다.


특히 오늘같이 비가 오고 난 다음에는 나무에서 풍겨나오는 나무냄새가 평소보다 더 강해져서 

오늘 역시 저녁을 먹고 좀 걸었고, 앉아서 여유와 나무냄새를 즐겼다.


어제 역시 산책로를 걸어서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문득 내년에는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기기를 설치하고 매년 이곳에 오긴 했지만, 내년에는 내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사실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건 항상 그런 것이지만 그동안은 그리 의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만일 그렇다면 이렇게 보고 느끼는 것들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느낌을 기억하고 싶었고, 남겨두고 싶었다.


워크샵 전에도 안박사나 최성환 선생님과 걷기도 했고, 혼자서 걷기도 했지만 그때는 발표준비때문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었다면, 워크샵이 끝나고나서는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다.

숙소 열쇠만 달랑 들고서 호수가 넓게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근처 벤치에 앉아서 좀 쉬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식으로..


사실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 연구원에 비하면 그렇게 잡다한 일이 많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래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단 신경쓸 것이 없으니까..

이곳에서도 유럽이나 미국의 포닥들을 뽑으려고 한다는데,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시골이어서..

난 이곳 생활이 정말 마음에 든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공기좋고 단순한 생활을 할 수 있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으니..

물론 나쁜점도 있다. 인터넷이 느리다는것과, 차가 없으면 생활하기가 힘들다는 것..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서울이나 대전에서 살다가 보현산이나 소백산 천문대에 가서 살라고 하면 그러지는 못할 듯 싶다. 아마 이곳이나 유럽의 포닥들도 나와 같이 생각해서 그런거겠지?


어쨌든 마지막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드는 결론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였다.

그게 정답인듯 싶다.

by BSang 2013. 8. 27.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