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점심을 다 먹고 선생님이 설겆이를 하고 내가 치우고 있을 때, 이친구도 다 먹고서 빈 그릇을 가지고 나왔길래
그걸 세척기에 넣고 얘길 나누기 시작했다.
Park이 뭘 뜻하는 거냐고 그래서 한국의 성씨 중 하나이다 라고 얘길 해주다가, 의미를 물어보길래 종이에 한자로 글씨를 적어줬다. 그랬더니 성씨에 대한 얘기와 한자사용에 관한 얘기들, 중국의 당 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따서 차이니스 타운이 있는 곳을 唐人街 라고 부른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얘기가 시작되었다.
한국사람들은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어봐서 당연히 원하지만, 중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길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중국입장에서는 북한때문에 먹을것부터해서 이것저것 원조를 해 주고 있고, 중국은 원하지 않지만 핵도 가지고 있고 기타 등등의 얘기들..
경제적으로는 남한과 관련이 크지만 정치적으로는 북한과 혈맹인 관계이지 않냐고 하니 아니라고..
그러다가 한국전쟁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그때 전쟁에 참전하면서부터 북한과의 관계가 밀접해지지 않았냐고 얘기하니 그 전쟁에 대해서 얘길 하는데 아무래도 하는 말이 좀 이상했다.
그래서 혹시 한국전쟁에서 남한과 북한 중 어느나라가 먼저 상대방을 공격했냐고 물으니, 남한 이라고 한다 -_-;;
남한이 먼저 침략해서 북쪽까지 밀고 올라오니까 북한을 돕기위해서 중국이 참전했다고..
45년에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48년에 정부수립을 했고, 미국은 그때당시에 남한에 없었고, 그때당시 남한의 무장은 일본이 남기고 간 총 정도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한가지 예를 들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은 탱크가 한 대도 없었다. 북한은 수많은 탱크들이 있었다. 그렇게 군사적 차이가 나는데
왜 남한이 먼저 북한을 공격했겠느냐고 하니까, 자신은 남한이 북한을 먼저 공격했다고 배웠다고..
첫번째 충격이었다.
그래서 북한이 먼저 공격했고, 밀리는 와중에 유엔과 미군이 참전하기로 결정했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서 북쪽으로 밀고 올라간거라고 얘기해줬다. 그러다가 중국이 참전한거고..
그거 외에도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얘기들이 계속 나왔다.
티벳의 경우, 청나라때부터 청나라의 일부였기 때문에 중국의 영토인 것이 정당하다고 얘기하고,
달라이라마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종교적으로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지도하는건 맞지만(마치 교황처럼) 정치적으로 나라를 만들고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는건 맞지 않는다는 얘길 함..
달라이라마의 경우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니까, 단순한 상 중의 하나일 뿐이며, 서양세계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많이 들어간 것이 아니겠냐고 함..
그럼 달라이라마를 일종의 테러리스트로 보냐고 물으니, 반체제인사 정도로 생각하는듯..
중국에서 교육을 받고, 심지어 지금은 미국에서 포닥 생활을 하는 사람이니,
지식인이라면 그래도 의식이 깨어있을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놀랐다.
인도와 중국간의 영토분쟁과 파키스탄과 중국이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에 대한 얘기도 나왔고,
다오위다오와 남중국해에서의 갈등에 대한 얘기들도 나왔다.
중국민족은 공격적이지않고, 온순한데 주변국들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고,
특히나 현대에 와서는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하는 중이라고..
그렇게 얘기하길래, 중국은 우리나라를 여러번 침략하기도 했다고 하니 아니라고 한다.
한나라부터 시작해서 수, 당, 원, 청 같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었다고 얘기했음..
역시나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서, 중국은 원이나 청나라 같이 이민족이 침입해서 중국을 지배한 것을 중국역사로 보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한다.
그들은 단지 중국을 이루는 56개 부족 중 하나라고..
물론 비율로는 아주 적지만(한족이 대부분이지만) 중국인이라고..
하긴 한족만의 역사로 기술하게 된다면 원이나 청나라는 중국사 라고 할 수 없을테니..
뭐 그런 얘기 외에도 성씨와 관련된 얘기, 대만과 관련된 얘기, 다오위다오와 독도, 남중국해 문제, 간도쪽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이유, 청나라와 조선 간의 국경 확정, 일본제품 및 문화 수입 등에 대해서도 얘길 나눴다.
역시나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건, 남한이 먼저 북한을 침공했다고 얘기하는것..
분명 사실은 하나일텐데, 나라마다 역사를 다르게 배운다는 점에 대해서 놀랐다.
물론 역사를 기술할 때 자신의 나라의 역사를 유리하게 기술하는 경향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바로 옆 나라인데도 이렇게 기술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충격이었다.
바로 붙어있는 한중일 간에도 역사기술이 다른데, 하물며 다른 나라의 교과서에서 엉터리로 우리역사가 실린다는 얘기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전에 한중일 삼국이 만나서 공통의 역사서를 기술한다는 뉴스를 얼핏 들은 적이 있있는데, 오늘 얘길 나눠보면서 왜 그런 노력들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가 모두 다 옳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나라에서 배우는 점과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역시 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중국은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해...한국전쟁은 아무 먼 과거의 역사가 아니고, 불과 60년 전의 역사인데, 그걸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거의 두시간 반 가량을 얘기한듯..
중국친구의 발음이 이상해서 잘 알아듣기 힘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역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얘길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얘기해 본 결과, 중국이나 한국이나 둘 다 일본을 싫어한다는 점과 영토분쟁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었고, 같은 문화권이라 그런지 얘기가 생각보다는 잘 통했던듯 싶다.
올바른 역사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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