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날짜가 정해지고 lodge에 숙소를 잡는 것 때문에 Erika에게 메일을 보냈었다.

작년까지 보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고 싶고 Lodge에 방을 쓰고 싶다고..

오늘 아침에 메일을 확인하니, 일단 새로 온 director에게 언제부터 언제까지 머물 것이고 머무는 동안 뭘 할 것인지를 얘기하라고 하고, 가 있는 동안에 Medical Insurance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메일이 왔다.


Medical Insurance에 대해서 동욱이한테 얘길 하고나서 

새로 온 director에게 메일을 적어가다가, 이걸 내가 적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director가 바뀌고 처음 메일을 보내는 것이기도 했고, 서로 잘 모르는 관계인 점도 있었고, 메일을 쓰는데 거의 통보식으로 적는것 같아서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음.

물론 Erika의 메일의 영향도 있었다.

작년까지 메일을 보내면 항상 내가 원하는 방을 써도 된다는 식으로만 얘기했지 누구에게 먼저 얘기하라, Medical Insurance가 필요하다 라고는 얘기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director가 바뀌면서 여러가지로 바뀌었을테니 내가 보내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교수님께 말씀드렸고, 교수님이 정리해서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셨음


그룹미팅을 하고 잠시 쉬던 와중에 교수님이 메일이 왔다고 하면서 프로젝터로 보여주시는데, 내용이 심각했다.

처음에는 교수님이 메일에 썼던 말처럼 개인적으로 얘길 해 보거나 공동연구 등에 관한 얘길 나눠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식으로 얘길 하더니, 다음 문단부터 However로 시작하면서 내용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관측장비가 점점 비싸진다는 얘기와 대학원생이나 포닥이 더 이상 혼자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 만일 관측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Supervisor와 같이 와서 Supervisor가 관측을 해야한다고(포닥이나 학생이나 마찬가지)..

올 여름엔 위성과의 공조관측이 주로 이루어질 것이라서 그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또한 Lodge는 이미 예약이 다 되어 있고, 근처에 숙박시설들이 많으니 오게 되면 거기서 머물라는 얘기도... 

역시나 머물려면 미국에서 쓸 수 있는 medical insurance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황당했던건, 우리측에서 관측을 한다는 것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관측하러 간다는 얘기에 놀랐다고..


한 여름이 관측의 피크이니까 관측일정을 잡으면서 전체적으로 회의를 했을테고 당연히 알고 있어야 될 내용인데(더군다나 관측책임자이니까) 다른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또한 우리측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얘기만 하고 있으니..

한국측에서 지분도 가지고 있고, 기기개발에 참여했고 현재도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기기를 설치해 놓은 상황에서, 동반자가 아니라 이방인 취급을 하고 있다는 느낌..

한쪽에서는 날짜가 이미 다 정해졌기 때문에 와서 관측을 해도 된다고 얘기했는데, 거기의 새 보스는 안된다고 얘길 하고 있는 상황....


교수님이 정중하게 적어서 그런 내용이었는데,

전혀 듣도 보도 못한, 포닥인 내가 메일을 적었더라면 무슨 말을 들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음..

교수님도 많이 곤란하신 상황이 되어버렸다.

올해 여름은 관측을 하지 않아야 될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올해는 그렇더라도 내년에도 그렇지 않다는 보장도 없음..


동욱이도 그렇고, 나나 한나도 이미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었는데 가지 못하게 될지도..

메일에 보니 담주 이후에 빅베어에 가서 스텝들과 얘길 나눈다고 하는데, 당장 다음주에 출발해야 되는 동욱이는 어찌될지..

최악의 경우 올해, 혹은 앞으로도 가지 못하게 될지도..

분명한 건 올해부터는 관계가 변할 것이며 이전처럼 밀접한 관계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것..

과연 다음주 출발 전까지 입장이 정리가 되긴 될 것인지, 앞으론 어떻게 되는 것인지..

교수님이나 연구원의 박사님들이 어떻게 대응하실지 궁금하다.

by BSang 2014. 5. 20.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