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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빅베어 출장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예전처럼 몇 달씩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측기간 5일에 부가적으로 몇일 더 붙이는 형태로 일정이 정해졌고,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앞으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항상 Lodge에서만 머물다가 이번에는 Lodge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숙박을 하는 경험이었다.
물론 예전에 Lodge에 방이 없어서 교수님과 모텔생활을 며칠 해보긴 했지만 이번엔 출장 기간 내내 그랬다.
또 한가지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점점 더 커진다는 점..
서울대에 적을 두기 시작하면서 빅베어로 관측을 오게 되면 나보다 높은 분들은 오질 않게 되니
모든 것을 내가 알아서 해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전에는 항상 교수님이나 박사님들과 같이 와서 내가 뭔가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기도 하다.
이제는 와서 그곳의 스탭들과 얘길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고, 관측대상을 선정하고, 같이 일하고 하는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됐다.
또 한가지는 한나와 같이 왔다는 점..
예전에 내가 교수님과 처음 빅베어에 왔을 때(그때는 혜원이와 소영이도 같이 왔었음)
그때까지만 해도 교수님을 상당히 어려워했었다.
두번째 관측을 왔을때는 교수님과 나 단둘이서 왔었고, 둘이서 관측을 하고, 식사를 만들어먹고 했었었다.
교수님이 음식을 만드셨고 난 설겆이를 하는 식으로..
단 둘이 생활하면서 교수님과 여러 얘길 나누고 그때서야 조금 편안해졌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말이 없는 편이어서 주로 교수님이 말을 많이 거셨겠지..
한나와의 나이차이가 교수님과 나만큼이나 나기 때문에
많이 어려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려고 하긴 했다.
어땠으려나..예전의 나만큼이나 어려워하지 않았을까..어쩌면 동욱이하고 같이 왔으면 더 즐겁게 지내고 가지 않았을지..
최성환 선생님 댁에 머물고, 출퇴근을 같이 하는 관계로,
선생님과 예전 어느때보다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하고 있는 일, 서로의 기관에 대한 얘기들, 그리고 서로의 미래 등등..
선생님과 내가 서로 봐 온 시간이 10여년이 지나가고 있고
또 선생님의 도움으로 학위를 받은 것이니 내게는 특별한 분이다. 항상 고마움을 느끼는 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한나는 주로 듣고만 있었다. 오히려 나보다 선생님이 한나를 더 잘 챙겨주셨을지도..
시차적응이라던가, 여행할 때 소지품을 챙기는 것이든가 하는 것들을 내 경우는 여러번 다니면서 체득하게 됐는데
한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ㅎ
그리고 나보다 더 대담한 것도 발견한 것 같고..
또 한가지는, 아토피에 마냥 좋은 곳은 아니라는 곳..
진한 나무냄새가 그리웠고, 작년에 호전되는 것을 느껴서 가면 마냥 좋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자연환경은 서울보다 훨씬 낫지만, 습기가 너무 없어서 피부가 잘 튼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물론 증상이 더 악화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참..까다로운 병이다..ㅠ
지금 생각나는건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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