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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왠지 모르게 지치고 힘들어서, 금요일 근무가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떠나자고 생각하던 중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후배네 집들이겸 해서 놀러가서 고기 구워먹고 수박먹으면서 놀자구.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같이 가는 대학원 사람들을 모아서 차 몇대로 출발했다. 힘들다는게 내 얼굴에 써 있어서 그런지 다들 피곤하냐고 물어보던데...
우리가 2학년으로 올라가고, 새로 들어온 신입생 환영회를 할 때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얘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후배. 시험기간에 부르마블을 같이 하느라 시험공부는 하나도 못한 적도 있었고, 관측하러 논산으로 갔다가 돈이 없어서 학교까지 거의 40킬로가 넘는 길을 밤새 같이 걸은적도 있고, 군대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녀왔고, 아무튼 여러가지로 기억도 많고, 나를 편하게 여기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후배.
까르푸에서 삼겹살과 소주와 맥주, 콜라 등을 사서 후배네로 가서, 2층 베란다에서 먹었다. 그러면서 다들 얘기하구. 올해 초에 MT를 가자고 말했지만 다들 바빠서 모임을 갖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좋아했다. 시험얘기에, 학교얘기에, 프로그램에, 살아가는 얘기들까지....
생각해보니까 그런 자리를 가진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맘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저녁을 먹었던 것이 2월이 마지막이었다. 천문연에 와서는 회식자리도 많이 가지고, 비싼곳도 자주가고, 박사님들이 배려해 주시긴 해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구석이 있다. 어제의 그런 분위기를 한동안 잊고 있었나부다.
10시까지 먹고 얘기하다가 노래방을 갔고, 오랫만에 가서 맘껏 불렀다. 예전엔 맨 뒤쪽부터 노래를 찾았는데 자꾸 앞쪽에서 곡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ㅜㅜ
그렇게 놀고, 여자후배들은 다들 집에 가고, 나는 거기서 자고, 오늘 들어왔다.
많이 힘들었던게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후배한테 고마워해야할듯.
시험기간이라고 그랬는데, 놀아줘야되는데..ㅋㅋㅋ
다시....힘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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