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을 자리가 있었다.

수요일에 친구가 내려오는 중이라고 전화가 왔다.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서 담날 있을 연구소에서의 회식을 빠지기로 하고 목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내게 있어선 가장 오래된 친구다.

88년에 대전에 올라온 이후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친구.

하지만 첨 말을 건네게 된 건 그 후로 3년이나 지나서였다.

시골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여자애들과는 말도 안하고 남자애들끼리만 논다는, 암묵적인 약속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자 선생님 손을 잡는것도 어려워했었다. 그런 것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누나들과는 쉽게 친해졌지만 유일하게 하나뿐이었던 여자 동기와는 말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은 것도 이유중의 하나였을테구. 아무튼 중학교 3학년때 같이 공부방을 하면서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같이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임원도 맡았고, 서로서로 챙겨주면서 지냈고, 같은 대학에 들어가서도(물론 다른 과) 자주 보곤했었다.

암튼 지금은 부천에서 여고 선생님을 하고 있는 친구.

둘다 볼때마다 서로 변한게 하나도 없냐고 항상 말한다.

작년에 보고 올해 첨 보는데도 며칠전에 봤던 그런 느낌.

오랫만에 같이 저녁을 먹고, 전망대 가서 얘길 하고 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는지, 해놓은건 아무것도 없는데...

친구는 중고등학교 때 남은 거라곤 학생회 활동이었다고 하는데 난 그것조차도 남아있질 않은것 같다. 어느새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 친구 말대로, 좀 더 힘내서 잘 해봐야지..힘내자구..

by BSang 2012. 3. 10.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