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술에 취한 여파로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서 부리나케 씻고,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섰다.

별로 춥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택시를 타러 가는데 엄청 쌀쌀하길래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는 맘으로 신탄진으로 향했다. 혹여 큰스님이 벌써 와 계실까봐..

도착해 보니 스님은 오시질 않았다고 해서 컴터를 키고 노는데, 옆에서 스님이 왜 그렇게 춥게 입고 다니냐고, 옷을 하나 주셨다. 스님은 항상 내 옷차림이 맘에 드시지 않아하신다.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옷을 입고 다니는거 같은데 항상 애들처럼 입는다고, 옷들을 골라주시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 노티나구...딜레마..-_-;;

어쨌든 큰스님이 도착하시고 스님과 함께 예식장으로 향했다.

스님이 주례를 보시고, 결혼식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앉아서 주례사를 들었다.

서로를 공경하고 믿고, 부지런하며 참으라는 스님의 주례사와, 내가 불러도 저것보다는 나을거 같은데 라고 생각이 드는 한 신랑측 사람의 노래(-_-;;), 친구가 담임으로 있는 반의 학생들의 합창, 사회자가 시키는 퍼포먼스 등으로 진행됐다.

기분이 묘하다.

그 동안 결혼한 사람들은 잘 알고 지낸 사람들도 있고, 친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것들과 느낌이 조금은 다르다.

대전에 와서 첨으로 알게된 동기였고, 중학교, 대학교 동창이기도 하며, 여러가지를 많이 챙겨주었던 상대이기도 하고, 다른사람들의 눈에는(적어도 스님들께는..^^) 서로 특별하게 보이기도 했던 친구..

이 친구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스님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친구는 분명 널 좋아한다고 그랬는데 왜 붙잡지 못했냐고 짖궃게 물어보시곤 했었는데..생각해보면 나도 좋아하기도 했던거 같은데 왜 못 붙잡았을까? ^^

친구가 결혼했으니 누나도 얼렁 결혼해야 할텐데...

한참 분주하게 움직이는 친구의 언니를 보면서 드는 생각..누나를 데려가는 사람은 정말 굉장한 사람일듯..ㅎㅎ

두 사람은 두 사람의 길을 떠났고, 뭐 언젠가는 내게도 좋은 사람이 생기겠지..^^

by BSang 2012. 3. 10.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