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생겼던 것이 1989년, 내가 중학교에 입학해서였던것 같다.

그래서 음반을 구입하게 된 것도 이 시기였던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입학을 하고 중간고사를 봤을 때 시험을 잘 봐서 선물로 사주셨던걸로 기억한다. 한창

금성(지금은 LG지만) 에서 마이마이를 선전하고 있었고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다고 광고를 했었

다. 내가 선물받았던 것은 인켈에서 나오는 작은 카세트였다. 다른 카세트처럼 안테나가 있는


모델은 아니었지만 음질은 괜찮아서 카세트 주머니에 넣고 항상 들고 다녔다.

카세트는 생겼는데 들을 테이프가 없어서 근처에 가까운 음반점을 무작정 가서 내 키보다 높은

진열대를 한참이나 올려다봤다. 한참이나 보다가 결국 사겠다고 고른 음반이 장국영 음반이었

다.

왜 그걸 샀는지는 기억나지는 않는다. 단지 이 때 즈음에 장국영이 우리나라에 와서 콘서트를

한 적이 있고 그걸 티비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무작정 샀었다.

그 테이프의 가격은 2300원이었구.

테이프 안에는 한창 유행했던 천녀유혼의 주제곡과 영웅본색의 주제곡이 들어있다. 그런 노래

들과 다른 발라드와 댄스곡들..

그 후로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랑일뿐야 라는 노래를 가요톱텐에서 듣고서 김민우 음반을

사고, 달빛가족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OST를 샀고, 너에게로 또다시, 숙녀에게, 희망사

항 같은 노래들이 들어있는 변진섭 음반을 사고, 극장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보

고 그 OST를 샀고 짝사랑하던 누나가 무한궤도를 좋아하길래 나도 무한궤도를 샀고, 신해철을

친구와 둘이서 너무 좋아해서 테입을 사서 늘어질때까지 듣고, 그러다 015B를 알게되고, 윤종신

독집을 사고, 조용필 음반을 사고, 이승환 앨범을 구하고... 그렇게 그렇게 모아왔었다. 지금은

리모콘으로 눌러서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시디 때문에 한쪽 구석에 박혀 있다. 가끔씩 생각날

때 테입을 꺼내서 듣는다. 듣다보면 그 시절에 내가 뭘 했는지, 내가 생각하는 세상은 어땠는지

를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아서..

시디를 모으게 되고, 군대를 다녀오게 되면서 많은 음반들을 잃어버렸다.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못받은 것들도 있고, 휴가중 나와서 듣다가 챙겨놓지 않아서 없어진 것들도 있고..

지금의 내게 있어선 함부로 버릴수도 없는 물건이다. 내게 남은 추억들과 기억들이 그 안에 모

두 들어있는것만 같다.

요새는 뉴에이지 음악이라던 조지 윈스턴의 음반을 꺼내서 듣고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와닿는다는 느낌이 든다.

나중에 나이들어서도 모아온 음반들을 바라보면서 듣기도 할려나...... 궁금해진다.

by BSang 2012. 3. 1.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