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에게 절을 올리다

중국 당나라때, 복주(福州) 고령사(古靈寺)에 신찬선사(神贊禪師)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처음 출가하여 고향의 대중사(大中寺)에서 은사이신 계현(戒賢)법사를 모시고 있었는데, 계현법사가 불경만 볼 뿐 참선은 하지 않으므로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대의 고승인 백장(百丈)스님 문하로 갔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마음을 깨쳐 견성(見性)하고 다시 계현법사에게로 돌아왔습니다.

"내 곁을 떠난 뒤 무엇을 하다가 왔느냐?"

"달리 한 일은 없습니다."

"고얀놈, 아무 일 없이 나를 떠나 네 마음대로 돌아다니다니. 산에 가서 나무나 해오너라."

신천스님이 나무를 해 오자 이번에는 목욕탕에 물을 데우라고 하였습니다. 물이 더워지자 계현선사는 목욕을 하면서 등을 밀라고 하였고, 신찬선사는 등을 밀면서 말하였습니다.

"어허, 좋고 좋은 법당이로구나. 그런데 법당은 좋지만 부처님이 영험하지 못하구나."

계현법사가 그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자 선사는 나지막히 속삭였습니다.

"부처가 영험은 없으나 방광은 하는구나."

그러나 계현법사는 이 말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 얼마 후, 계현법사가 창문 앞에서 불경을 보고 있는데, 벌 한 마리가 열린 쪽문을 놔두고 닫힌 창문으로 나가려고 바둥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것을 보고 있던 신찬스님이 게송을 읊었습니다.

열린 문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봉창을 두드리니 참으로 어리석다.

백년 동안 경책을 들여다본들

어느 날에나 나갈 수 있겠는가.

空門不肯出 投窓也大痴

百年鑽古紙 何日出頭日

계현법사는 그 게송을 듣고 생각해 보니, 지난번 목묙탕에서 들은 말과 함께 웬지 예사롭지가 아니한 것 같아 신찬선사를 불렀습니다.

"바른대로 말하여라. 어느 스님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느냐?"

"예, 백장스님 문하에서 공부를 하고 한 생각 달라졌습니다."

계현법사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뛰어나가 대종을 울리며 외쳤습니다.

"내 상좌가 성불했으니 법문을 들으러 오시오."

산중의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계현법사는 상좌에게 절을 하고 법문을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신찬스님은 서슴치 않고 상당하여 설법하였습니다.

신령한 광명이 홀로 드러나서

육근육진의 모든 분별을 벗어났네.

그 자체가 항상 참됨을 드러내어

언어문자에 걸리지 않는다.

진성은 더럽혀지지않고

본래부터 원만히 성취되어 있네.

다만 허망한 인연만 떨쳐 버려라.

곧 그대가 부처이니라.

靈光獨露 逈脫根塵

骨露眞常 不拘文字

眞性無染 本自圓成

但離妄緣 卽如如佛

그리고서 주장자를 굴리자, 계현법사는 크게 발심하여 다시 절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습니다.

"내 이렿게 늙어서 상좌에게 극치법문을 들을 줄 기대나 했겠는가? 모두 부처님의 은혜이로구나"

큰스님의 법문에서 들은 이야기

예전에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스님을 따라다니면서 법문을 듣는 거였는데, 요즘은 스님의 법문을 들으려면

시디나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야한다. 슬픈현실이다..ㅜㅜ

by BSang 2012. 3. 1.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