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상호한테 전화가 왔다. 영복이한테 놀러가지 않았냐고...
잠깐 통화하고 무한도전 받아서 보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옴..
애들하고 와이프 재워놓고 나오니까 바람 좀 쐬자고..
뜬금없이 백련암을 가자고 하길래 너무 늦은거 같다고 했다. 그때가 밤 10시경..
절에 못 올라가더라도 바람이라도 쐬자고 해서 만난 시간이 10시 40분이 넘은 시각..
어쨌든 집 근처에서 만나서 용인으로 향했다.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절 앞에 도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로 걸어가는데 가로등이 없다. 그냥 깜깜..
상호가 핸펀 플래시를 켜고 걸어올라갔다.
밤 늦은 시간이고해서 좀 고민했지만 올라가서 법당 들어간 후 삼배를 드렸는데
갑자기 108배를 하겠다고 한다.
절 하고 싶었던건 나도 마찬가지라, 근처에 있던 염주를 찾아들고 108배를 시작했다.
다행히 바닥이 푹신한 편이어서 그냥 절했는데도 무리는 없었다.
절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긴 했지만, 다른 절도 아닌 우리 절에서 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또 현재의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있음에, 상호 덕분에 와서 절을 하게 된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절을 했다.
상호와 같이 절하는데, 옆에서 보니 점점 숨이 가빠지고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절을 하면서 저런 생각 외에 여러 생각들이 머리속에 떠오르는걸 보면 내가 어리석은 중생인 것이 맞긴한가보다 라는 생각도...
절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왜 갑자기 절을 하게 됐냐고 물었더니, 감사한 일도 있고, 안좋은 일들도 있고해서 절을 했다고 한다.
나나 상호가 삼 배 이상을 한 것이 학생회시절이 마지막이었던거 같은데..거의 18년 전이다.
그때는 하룻밤에 1000배를 했었는데, 200배씩 나눠서 했었다.
처음엔 1080배를 한다고 했었는데, 큰스님이 그냥 1000배를 하면 된다고 하셨던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는 그렇게 절을 할 일이 없었다. 요즘은 심지어 큰스님을 뵈어도 삼배를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렇게 서울로 돌아와서 학교근처 해장국집에서 해장국을 먹고, 헤어졌다.
서울에 있으면서 근처에 있는 절을 가볼까 라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가서 그곳의 스님을 뵙는 것보다는,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입정을 하거나, 아니면 기도, 혹은 절을 해 보고 싶었으니까..
학교를 다니면서 보니 마을버스가 가는 길에 선원이 한 군데 있었고, 낙성대 버스정류장 근처 일반건물 2층에 절이 하나 있는것을 보긴 했다.
사실 어제도 슈퍼에서 사면서 한번 들러보고 싶었긴 했는데, 그냥 지나쳤었다.
상호덕분에 우리 절에서, 정말 오랫만에 절을 드렸다.
고맙다고 했더니 앞으로 종종 하자고 한다. 나야 물론 좋다고 했고..
절을 하고 나서 느끼는, 오랫만에 마주친 감각..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학생회때는 자주 느꼈었는데..
어쨌든 둘이서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자정이 다 된 시각에, 법당에서 둘이서 절을 한 것이 잊혀지지 않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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