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한의원을 다녀온 후에 서울아산병원에 가서 빈소에 들렀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바로 들어가서 영정 앞에 묵념을 하고서 유가족분과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수많은 화환들이 입구 양쪽으로 들어서 있었고, 몇몇 분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위 사진의 조문보는 문상을 드린 후에 그 곳에 있는 분이 나누어주었다.
일생 및 에피소드, 동료 및 연예인들의 메세지 등이 들어있는 조그만 책자..
아래층의 입구쪽으로 내려왔더니, 그곳엔 방송용 카메라를 설치한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오는 유명인들을 찍기 위해서 기다리는것처럼 보였다.
연예계 기자라는 사람들에게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방문장면을 찍는 것이 기사거리가 되겠지만
돌아가신 사람 앞에서 그렇게 한다는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전에는 그와 비슷한 일들이 있을때 사진이 올라오는 걸 아무 생각없이 보곤 했었는데..
어제 오늘, 계속 신해철의 노래만 듣고 있다.
어제 소영이 환송회 겸 회식을 할 때, 상호가 장례식장에 갈꺼냐고 물어봤다. 본인은 바빠서 못갈것 같다고..
나와 함께 무지하게 좋아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솔로 1집이 나왔을때 내가 정품도 아닌 비품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그걸 같이 듣곤 했었다.
상호네 집에는 신해철의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었구. 2집이 나왔을때도 같이 좋아했었던 것 같다.
내가 신해철을 알게 된 건, 1989년이었다.
은정 누나가 엄청 얇은 카세트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던 음반이 무한궤도 음반이었다.
그걸 보고서 나도 테이프를 사서 듣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무한궤도부터 시작해서 신해철 솔로와 015B로 나눠지고, 015B의 메인 보컬이었던 윤종신이 솔로1집을 내고..
그 과정에서 015B와 윤종신 1집에 신해철이 참여해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었다.
015B 음반에서 "난 그대만을" 은 신해철이 온전히 다 부른 곡이기도 했구.
그 후로 넥스트활동을 했고, 그 음반들을 고등학교 가는 길에 카세트플레이어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중적으로는 "인형의 기사", "도시인" 같은 곡들이 인기가 있었고, "아버지와 나", "외로움의 거리", "영원히" 같은 곡들도 상당히 좋은 곡들이었지..
그 후에 나온 음반들도 역시 좋았었고, 가장 피크가 되는 음반은 3, 4집, 싱글(Here I Stand For You), 그리고 정글스토리 OST 라고 생각한다. 그 후로 나온 음악들도 물론 좋구..
돌이켜보면 나의 10대 시절은 신해철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각 노래들이 나온 시기와, 각 노래들에 대해서 추억과 기억들이 남아있고, 또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면서 내가 작아지곤 했을 때,
The Hero에 나오는 가사인,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바보같은 일일 뿐이야" 라는 말을 자주 되뇌이곤 했었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나에게 있어 그는 히어로였다.
예전에는 공연에 간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 서울로 올라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가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연이 닿아서 보게 된 올 9월에 있었던 넥스트 콘서트..
너무나 보고 싶은 공연이었고, 기대를 넘어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 다시 그에 대해서 찾아보고 빠져들 정도로..
오래 쉬어서 미안하고, 앞으로는 매년 공연을 통해서 서로 얼굴을 보자 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 공연이 내게 있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되어버렸다. 그의 약속도 지켜지지 못할 약속으로 남았다.
단 하나의 약속 이란 곡에서 제발 아프지만 말라고, 그것만은 대신해 줄수가 없다 라고 노래했었다.
그런데 그 노래를 부른 장본인이 그렇게 가버리다니..
그의 목소리로 그의 신곡들을 듣고 싶었고, 그와 같이 나이들어가는 팬이 되고 싶었다.
내 10대 시절을 받치는 기둥 같은 존재들이 신해철, 윤종신, 이승환, 서태지 등인데 그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수였다. 그 하나의 축이 무너진 느낌이다.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까..
마냥 슬프다. 그리고..먹먹하다..
쉽게 고인의 명복을 빈다 라는 말을 하지 못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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